[시사뉴스] ‘여성 서사’로 나아가야 할 한국 영화

▲ 픽사베이 제공
최근 여성 서사는 한국 영화산업의 중심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82년생 김지영'' ''벌새'' 등 여성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간 영화들이 흥행과 비평 면에서 좋은 결과를 나타내며, 올해 역시 새로운 형태의 여성 서사들이 다양성 측면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덕분에 여성 이야기가 지배적인 서사로 자리 잡은 한국 독립·예술영화의 경향성은 그대로 유지되는 가운데, 차츰 상업영화로 외연을 확장해 나가는 모양새다. 김광원 대중문화평론가는 최근 여성 서사가 주목받는 이유에 대해 "이를 지지하는 여성 관객의 힘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며 "영화계 내 미투 운동과 페미니즘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이 한국 상업영화와 독립·예술영화 시장을 근본적으로 흔들어 놓았고, 이는 대중문화 주요 소비층인 20~30대 여성이 드디어 자신들의 이야기에 더 큰 공감을 보내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도 한국 여성 영화인에게 ‘유리 천장’과 같은 구조적 성차별은 현실 그 자체다. 소위원회의 연구 결과를 보면, 지난 10년간 개봉한 영화에서 여성 감독은 전체 영화 중 11.5%에 불과하다. 이외에도 핵심 창작 인력으로 꼽히는 모든 분야에서 여성 비율이 남성보다 현저히 낮다. 영화계에선 여성 인력을 주요하게 써본 경험이 없어 기회 불평등의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비 불균형이 큰 직종인 촬영감독으로 일하는 여성 ㄱ씨는 <한겨레>에 “경험의 기회가 주어져야 다음 단계를 밟을 수 있다. 그러나 여성의 경우 작은 기회조차 잘 주어지지 않는다. 업계에서도 경험이 부족하니 선뜻 일 맡기기를 주저하는 경향이 있다.”라고 밝혔다.
영화 속에서도 여성이 과소 대표되긴 마찬가지다. 한국영화감독조합이 주최하는 양성평등주간 행사인 ‘벡델데이’에서는 영화 속 여성이 얼마나 주도적인 캐릭터로 등장하는지 가늠하는 벡델 테스트 등의 기준을 적용해 벡델 영화 10편과 일반 흥행작 18편을 분석했다. 그 결과, 국내 흥행 영화에서는 남성 캐릭터가 차지하는 시간 점유율이 여성 캐릭터보다 2배가량 높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벡델 영화의 경우에도 여성이 주인공인 작품이 대다수였음에도 남녀의 시간 점유율이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는 여성 중심의 서사에서는 남성의 이야기도 함께 다뤄지지만, 남성 중심 서사에서는 여성 이야기가 크게 배제되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 영화에서 여성이 감독하거나 주연한 영화의 비중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영화 산업 전체를 두고 보면 아직 넘어야 할 산은 크고 높기만 하다. 먼저, 여성 영화가 보다 다양한 결을 가질 수 있으려면 여성 감독과 여성 주연작이 많이 만들어져야 한다. 편수가 늘면 자연스레 장르 다양성이 확대되고, 서사의 줄기도 여러 방향으로 넓어질 수 있다. 또한 기회의 사다리를 마련하는 차원에서 성평등 지수 등 여성 인력을 찾도록 유인하는 제도의 정비도 필요해 보인다. 이를 보완해 앞으로 한국에서 질 좋은 여성 서사영화가 더욱더 많이 제작되기를 기대해본다.
장해언 기자 haeeon0416@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