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기본법 제23조가 통과된 이후 지난 1년을 돌아보며, 국제앰네스티는 제23조가 사람들의 자유를 더욱 옭아매었고, 홍콩 당국이 이 법에 근거해 홍콩 안팎에서 진행되는 평화로운 활동들에 대한 탄압의 강도를 높여 왔다고 말했다.
사라 브룩스Sarah Brooks 국제앰네스티 중국 팀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난 1년간 제23조는 점점 더 터무니없는 방식으로 평화로운 활동들을 범죄화하는 등 반대의 목소리를 체계적으로 억압하는 ‘새로운 표준(new normal)’ 을 공고히 하는 데 사용되어 왔다.”
“사람들은 입는 옷, 말하고 쓰는 것 또는 사소한 항의 행위를 이유로 표적이 되어 가혹한 처벌을 받았고, 이에 따라 이미 홍콩에 만연했던 공포 분위기가 더 짙어졌다. 이토록 표현의 자유가 크게 공격받은 적은 전혀 없었다.”
제23조로 알려진 국가안보수호조례維護國家安全條例, Safeguarding National Security Ordinance가 발효된 것은 2024년 3월 23일이었다. 국제앰네스티 분석 결과, 이후 16명이 제23조에 따라 선동 혐의로 체포되었다. 이 중 5명은 법에 따라 공식적으로 기소되었고, 나머지 11명은 무혐의로 풀려났다. 체포된 사람 중 누구도 폭력에 가담했다는 혐의를 받지 않았지만, 당국은 폭력을 선동했다는 이유로 이 가운데 2명을 고발하면서도 자세한 사항은 밝히지 않았다.
기소된 사람 중 3명은 각각 시위 슬로건이 적힌 티셔츠와 마스크를 착용하고, 온라인상에서 정부를 비판하고, 버스 좌석에 시위 슬로건을 적었다는 이유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판결 전에는 약 3개월간 재판 전 구금 상태에 있었다). 세 사람의 형량은 징역 10~14개월이었다.
기소된 나머지 2명은 각각 2024년 11월과 2025년 1월부터 재판을 기다리며 구금 상태에 놓여 있었다. 그들은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선동적인’ 게시물을 올렸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국가 안보와 관련된 소송에서 보석 거부를 추정하는 것은 애초에 중국이 제정한 국가보안법National Security Law, NSL이 부과한 것으로, 이제 제23조가 규정하는 범죄에까지 확대되었다. 제23조에 따라 기소된 5명 중 2명은 보석을 신청했지만, 그들이 “국가 안보를 위험에 빠뜨리는 행위를 계속 저지를 수 있다”는 판사의 신념에 따라 신청이 거부되었다. 신문 발행사를 설립한 지미 라이Jimmy Lai 및 야당 정치인 등 국가보안법 아래 기소된 다른 사람들이 신청한 보석 거부에도 같은 논리가 사용되었다.
제23조에 따라 체포된 나머지 11명은 ‘선동적인’ 게시물을 올리고, 1989년 천안문 사태를 추모하고, ‘허위 정보’를 유포했다는 등의 다양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공식적인 혐의 없이 경찰에 의해 석방되긴 했지만, 제23조는 범죄 혐의를 제기하는 데 시간제한을 두지 않으므로 여전히 언제라도 기소될 위험에 놓여 있다.
사라 브룩스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홍콩 정부는 비판의 목소리를 완전히 제거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이를 억압하는 도구로 제23조를 휘둘러 왔다. 국가보안법과 더불어 제23조는 정부를 비판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체포하고 투옥하는 사실상 무소불위의 힘을 당국의 손에 쥐여 주었다. 그 결과 홍콩은 사람들이 말하고 쓰는 것, 심지어 입는 것까지도 여러 번 생각해야만 하는 곳이 되고 말았다.”
“재판 전 구금과 보석 거부를 기본값으로 사용하는 지금의 관행은 제23조가 국가보안법 아래 처음 도입된 억압의 도구들을 강화하는 목적으로 사용되어 온 양상을 보여주는 우려스러운 사례다.”
제23조는 이미 복역 중인 반체제 인사들에게 추가적인 처벌 조치를 부과하기 위해 무기처럼 사용되기도 했다. 2014년에 마지막으로 개정된 기존의 교도소 규칙Prison Rules에 따르면, 품행이 바른 수감자들은 선고받은 형의 3분의 2를 복역하고 나면 조기 석방될 자격이 있었다. 그러나 제23조가 적용된 새 규칙 아래서는 해당 석방이 “국가 안보라는 이익에 반할” 것으로 판단되면 교도소 당국이 이 관행을 적용하지 않을 수 있다.
이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로, 수감되었던 활동가 최소 2명은 제23조 하에서 유죄 판결을 받지 않았고, 이 조항이 제정되기 전에 이미 복역을 시작했음에도 조기 석방이 거부되었다.
그중 한 활동가의 경우, 국가 안보 관련 법률과 전혀 무관한 혐의인 상해 선동죄로 유죄 판결을 받았는데도 조기 석방이 금지되었다. 새 규칙들은 국가 안보를 위태롭게 한 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수감자들에게만 적용된다는 것을 제23조가 확실히 명시하고 있음에도 이와 같은 결과가 나온 것이다.
사라 브룩스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국가 안보라는 모호한 정당성을 근거로 내세워 조기 석방을 소급하여 거부하는 것은 법적 확실성과 정당한 법적 절차를 훼손하는 것이다. 정부 스스로 초안을 작성한 바로 그 내용을 준수하지 않는 이 실태는 제23조를 자의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심각한 우려를 더하고 있다.”
제23조가 인권에 끼치는 우려스러운 영향은 홍콩에만 제한되지 않는다. 당국은 제23조의 치외법권 권한을 발동시켜 영국, 미국, 캐나다, 호주 등 해외에 거주하는 홍콩 활동가 총 13명에게 처벌을 내렸다. 이 처벌에는 여권 취소, 변호사 자격 정지, 기업 이사직 해임 및 금융거래 정지, 이동의 자유와 사생활권 및 노동권 등 다양한 인권의 제한이 포함되었다.
이러한 조치는 국가보안법 아래 발부된 체포 영장과 함께 부과되었고, 이들 개인 13명 및 다른 해외 활동가 6명에 대해 각각 1백만 홍콩 달러(미화 128,700달러)의 현상금이 붙었다.
사라 브룩스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홍콩 정부는 해외 활동가들에게 제재를 가함으로써 정부의 가혹한 법을 국경 너머까지 확대해 잠재적으로 어디에 있는 누구라도 표적으로 삼고자 시도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자 끈기 있게 표현의 자유를 행사하는 개인들은 홍콩을 벗어난 뒤에도 사기가 꺾이고 있다. 국제사회는 제23조가 발휘하는 치외법권적 영향력을 무시하고 있을 여유가 없다.”
“우리는 홍콩 및 중국 정부가 제23조, 국가보안법, 그 외 국제 인권법 및 기준들을 위반하는 법률을 즉시 폐지할 것을 촉구한다. 또한, 다른 국가의 정부들은 홍콩 주민, 특히 홍콩 관할권 내에서 적극적으로 인권을 옹호하는 사람들의 기본권과 자유를 보호할 것을 촉구한다.”
“(홍콩 및 중국 정부에 의한) 점점 높아지는 초국가적 억압의 위협 – 앰네스티 조사 결과, 홍콩의 국가 안보 관련 법률과 명백히 관련된 사항인 것으로 드러났다 – 에는 전 세계 정부들이 함께 대응해야 한다. 그 시작으로 초국가적 억압을 자행하는 사건들을 비난하고, 해외 활동가와 그 밖의 사람들을 그들의 거주국에서 표적으로 삼는 범죄 행위에 책임을 물을 수 있다.”
배경
2024년 3월 19일, 홍콩 입법회는 홍콩의 ‘미니 헌법’인 기본법 중 제23조에 근거한 국가안보수호조례를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2024년 3월 23일에 발효된 이 법은 중국이 규정하는 ‘국가 안보’와 ‘국가 기밀’을 도입했고, 그 외 광범위하게 규정된 다른 범죄들, 즉 표현의 자유와 시위권을 더욱 제한하는 죄목도 도입했다. 또한, 이 법은 널리 사용된 식민지 시대의 선동법을 대체해, 폭력을 선동하지 않는 행위나 발언에 명시적으로 적용하는 자체 선동 규정을 수립했다. 선동죄에 대한 최대 형량은 기존 2년에서 7년으로 늘었고, “외부 세력이 관여된” 경우 최대 10년의 징역형을 받게 되었다.
국제앰네스티는 협의 기간* 중 홍콩 정부에 접수된 제안들에 대한 분석 보고서를 제출하고, 제23조에서 규정하는 범죄 및 변경된 수사 권한이 홍콩의 인권 의무에 반한다고 결론지었다. 법률이 통과되고 난 후, 국제앰네스티는 이 법이 중국인, 비중국인 모두에게 끼칠 여파, 특히 이 법이 주장하는 치외법권적 적용에 관한 심층 분석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했다.